무지개- 짧은 이야기(4)
무지개는 여름날 비가 내린 다음에 하늘에 생긴다.
하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둥그스름하니 커다란 다리 모양이다.
무지개가 뜨면 사람들은 누구나 하던 일을 멈추고 놀라는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야, 저기 무지개가 떴다.
나도 저 다리를 건너 하늘나라에 올라가 한번 봤으면…
하늘나라에도 사람들의 세상과 같은 하늘나라의 세상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무지개는 여러 가지 빛깔을 가지고 있다.
크레파스 곽 속에 있는 모든 색깔을 가져다 차례대로 문질러놓은 듯 무지개는 눈부신 빛깔이다.
무지개를 바라보면 사람들 마음 속에도 조그만 꽃밭이 하나씩 생겨나는 것처럼 환해진다.
어떤 마을에 머슴이 한 사람 살고 있었다.
머슴이란 다른집 농사일을 해주고 품삯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나이는 서른 살, 아직도 장가를 가지 못한 사람이다.
그 시절엔 옛날이라 남자들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결혼을 했었다.
그런데 이 머슴은 나이가 서른 살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해서 늙은 총각이란 소리를 들었다.
<늙은 총각 왔나?>
<언제쯤 색시 얻어올 건가?>
늙은 총각은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때가 제일로 싫었다.
<내가 뭐 장가가기 싫어 안 가남? 시집온다는 색시가 없어 그렇지.>
그러나 이 총각머슴은 아주 부지런하고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었다.
거기다가 일까지 잘하는 사람이다.
커다란 소를 몰아 논을 가는 일도 잘했다.
<저 총각 논 가는 솜씨는 이 마을에서 제일이라니까. 꼭 아이들이 배를 먹는 것처럼 시원시원하단 말이야.>
동네 사람들은 칭찬을 해주면서 서로 자기 집에 불러다가 일을 시키고 싶어했다.
<올해는 우리 집에 와서 일을 좀 해 주게. 다른 집보다 더 많은 품삯을 줌세. 우리 집은 농사일이 많아서 자네가 아니면 안되네.>
총각 머슴은 이 집 저 집 불려 다니며 일을 해주었다.
그러나 총각 머슴은 일감이 많은 것도 사람들이 칭찬해주는 것도 기쁘지 않았다.
<이렇게 일만 죽도록 하면 뭐하나? 돈은 벌어서 또 뭐해? 같이 살 색시가 있어야지.>
소낙비가 내리고 맑게 개인 날이었다.
소낙비에 씻겨 하늘은 더욱 넓고 푸르고 맑게 보였다.
그 때 하늘에 무지개가 둥글게 떠올랐다.
<야, 무지개다.>
총각 머슴도 들에서 일을 하다가 무지개를 보았다.
한참동안 무지개를 올려다보고 있던 총각머슴은 들고 있었던 호미를 땅 바닥에 탁 소리가 나게 집어 던졌다.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그렇다!. 무지개를 한번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보는 거야. 언젠가 들으니 무지개는 강태공샘에 뿌리를 박고 있다고 했지.>
총각머슴은 부리나케 들길을 달려 자기 집으로 갔다.
너무 급하게 달려가는 바람에 밭둑에 세워놓은 지게가 모로 쓰러졌다.
총각머슴은 자기 집 헛간에 가서 사다리를 찾아 들고 사립문 밖으로 나왔다.
이 사다리는 지붕을 새로 고칠 때 기대어 놓고 올라가곤 하던 그 사다리이다.
총각머슴을 사다리은 어깨에 들쳐 메고 들판을 가로질러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들판이 끝나는 곳쯤에 골짜기가 있고 그 골짜기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강태공샘이란 아주 맑은 물이 솟는 샘물이 있다.
<무지개가 없어지기 전에 가야 할텐데…>
총각머슴은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고 달렸다.
드디어 강태공샘까지 왔다.
<저기다, 저기가 바로 그 강태공샘이다.>
무지개는 정말로 강태공샘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무지개 뿌리가 닿은 부분의 물이 부글부글 끓어 뽀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총각머슴은 어깨에 메고 온 사다리를 내려 무지개에 걸쳐놓았다.
그리고서는 지붕에 올라가는 것처럼 무지개 위로 올랐다.
무지개는 이내 하늘나라로 이어져 있었다.
총각머슴은 조심스럽게 하늘나라로 이어진 길로 들어섰다.
하늘나라에도 사람들이 사는 땅의 나라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마을이 있고 산이 있고 강물이 있고 들판이 있고 그 사이로 조그만 길이 나 있었다.
총각머슴은 부지런히 걸어 하늘나라의 마을로 들어갔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참을 더 가고 있는데 천천히 지나가고 있는 하늘나라의 사람을 만났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무슨 말인데 그러세요?>
하늘나라 사람은 땅의 나라 사람들보다 더 온순하고 친절했다.
<제가 땅의 나라에서 듣기로는 하늘나라에 신랑 각시가 되는 베를 짜는 선녀님이 계시다고 해서 왔습니다.>
<아, 직녀님이요? 이 길로 한참 더 가다보면 하늘나라의 궁궐이 나올 것입니다. 제일로 아름답고 조그만 궁궐을 찾으세요. 거기에 직녀님이 계실 겁니다.>
총각머슴은 다시 부지런히 길을 걸었다.
한참을 더 가다보니 과연 하늘나라의 궁궐이 나왔다.
그런데 하늘나라의 궁궐은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문을 지키는 병사도 없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총각머슴은 기웃기웃 살피면서 궁궐 안의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그 때 저만큼 베를 짜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맣고 아름다운 궁궐 안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스스르 철컥, 스르르 철컥>
그것은 예쁜 풀벌레가 숨죽여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래, 저긴가 보다. 저기가 직녀님이 신랑 각시가 되는 베를 짜는 곳인가 보다.>
총각머슴은 급한 걸음으로 베틀 소리가 나는 조그만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어여쁜 선녀님 한 분이 베틀에 앉아 배를 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선녀님, 선녀님. 저는 땅의 나라에 사는 총각머슴입니다. 제가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언제쯤 저는 결혼을 할 수 있을는지요? 결혼하게 된다면 제 각시 될 사람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 누구인지요? 알려주세요.>
총각머슴은 하고 싶은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놓았다.
선녀님은 베를 짜던 손길을 멈춰 총각머슴을 바라보았다.
<내 당신이 여기 올 줄 알고 있었답니다. 강태공샘에서 무지개를 타고 올라오셨지요?>
선녀님은 총각머슴이 어떻게 하늘나라로 올라왔는지 환하게 알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언제쯤 제가 장가갈 수 있을지 꼭 좀 알려 주십시오.>
총각머슴은 급한 마음으로 자꾸만 졸라댔다.
<알았습니다. 내 알려줄 테니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선녀님은 자기가 짜고 있는 베를 차근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서는 총각 머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참동안을 선녀님은 총각머슴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뿐 말이 없었다.
<선녀님, 답답합니다. 얼른 알려주십시오.>
선녀님은 천천히 입을 열어 이야기를 했다.
<총각님. 총각님은 아직 장가 갈 때가 안 되었네요.>
<아니, 선녀님. 제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아직 장가갈 때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안된 걸 어쩝니까?>
선녀님은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얘기를 받았다.
<총각님. 장가 갈려면 앞으로 십 년은 더 기다려야 하겠는데요..>
<그래요? 그러면 나는 다 늙은 사람이 되는데요?>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내가 짜고 있는 베에 그렇게 나와 있는 걸 어쩝니까?>
<선녀님. 그건 안됩니다. 어떻게 베틀에서 바꿔주실 수는 없는지요?>
<그건 나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랬다간 내가 큰 벌을 받습니다.>
총각머슴은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총각님. 내가 생각해보아도 안되었군요. 그래서 총각님 색시가 될 사람이 누군지 알려 줄 테니 내일에 만나보도록 하세요.>
<그렇게라도 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총각님. 내일 아침, 날이 밝거든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동쪽으로 걸어서 삼십 리 되는 마을에 찾아가 보세요. 동구 밖에서 기다려 보면 점심때쯤 여자 한 사람이 마을에서 동구 밖으로 나올 것입니다. 그 여자가 바로 당신의 색시 될 사람입니다. >
<네. 선녀님,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총각머슴은 다시 그 길로 되돌아 땅의 나라로 내려왔다.
하늘나라의 무지개는 이미 사라졌지만 강태공샘에 뿌리내린 무지개의 아랫부분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다리도 아직 걸쳐 있어서 그 사다리를 타고 땅의 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날 밤 총각머슴은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 내 색시가 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이는 몇 살쯤이고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예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드디어 밤이 가고 날이 밝기 시작했다.
총각머슴은 새 짚신을 찾아서 신고 길을 나섰다.
아직도 날이 새지 않아서 어둑어둑한 이른 아침이었다.
<동쪽으로 삼십리만 가면 된다 그랬지…>
그동안 총각머슴은 일을 하러 이 마을 저 마을로 다녀본 일이 있었다.
그래서 동쪽으로 삼십리쯤 가면 어떤 마을이 나오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발걸음이 저절로 바빠졌다.
<어서 가자. 어서 가서 내 색시 될 사람을 만나보자.>
총각머슴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
드디어 선녀님이 알려준 마을의 동구 앞까지 왔다.
<그래, 여기야. 저 앞에 보이는 마을이 선녀님이 말해준 그 마을이야. 여기서 숨어서 기다리려보자.>
총각머슴은 동구 밖 커다란 느티나무 밑둥에 몸을 숨겼다.
기다려보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겨우 나이든 남자 어른들 몇이 마을에서 나와서 들로 일하러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뒤로는 할머니 몇 분이 큰길로 해서 다른 마을로 가는 것이 보였다.
<마을에서 예쁜 처녀가 나와야 할텐데 왜 안 나오지? 그래 점심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으니 좀더 가다려 보자.>
이제 해는 하늘 한 가운데까지 떠올랐다.
총각머슴은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설마 선녀님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겠지?
한참을 더 그렇게 하고 있는데 마을 안 길에서 사람 하나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점점 가까이 오자 멀리 보이던 사람이 더 크게 보였다.
<아니, 저건 어린 아이잖아?>
총각머슴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총각머슴의 눈에는 조그만 여자아이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열 살도 아직 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으로 색동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고 있었다.
여자 아이는 동구밖까지 나오더니 들고 있던 조그만 나물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리고서는 나물을 캐기 시작했다.
<설말 저 애가 내 색시감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 뒤로는 아무도 동구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이상하다. 저런 조그만 애가 어찌 내 색시감이란 말인가?>
한참을 더 기다려봐도 마을에서 동구쪽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이젠 틀렸구나. 저 애가 내 내 색시감인 모양인데 어찌 저런 어린애한테 장가간단 말인가!>
총각머슴은 실망하는 마음이 되었다.
총각머슴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지금까지 기다리며 산 보람이 모두 헛된 일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나라 선녀님이 섭섭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안 되겠다. 난 장가 가기는 다 틀렸나 보구나.>
총각머슴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꼬마처녀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꼬마처녈의 양팔을 붙잡고 세게 흔들었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나한테 왜 그러세요?>
꼬마처녀는 낯선 남자가 무서웠다.
겁에 질려 총각머슴을 바라보았다.
총각머슴은 잡고 있던 꼬마처녀는 밀쳐버렸다.
그 바람에 꼬마처녀는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이제 이 마을을 떠나자.>
총각머슴은 그 길로 발길을 돌려 더욱 먼 마을로 떠났다.
꼬마처녀를 만나고 더욱 먼 마을로 떠나온 총각머슴은 이제 장가갈 생각같은 것은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먼저 마을에서 했던 것처럼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며 일을 해주었다.
일솜씨가 좋아서 마을 사람들이 좋아했다.
일감도 많았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돈이 조금씩 모였다.
총각머슴은 그 돈으로 집을 사고 땅을 사들였다.
그렇게 십년이 지나갔다.
드디어 총각머슴은 그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다.
기와집을 지었다.
여러 마리의 짐승도 길렀다.
그러나 여전히 장가를 가지 못해 그 큰 집에서 혼자서 살고 있었다.
총각머슴의 소문을 듣고 지나가는 방물장수 할머니가 찾아왔다.
<여보게. 나는 지나가는 방물장수라네. 들어보니 자네는 부자로 사는 사람인데 아직도 장가를 가지 못해 혼자서 산다면서? 내가 한번 자네 중매를 서 보겠네.>
<할머니. 그런 소리 마세요. 나는 장가 같은 건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냥 이대로 살고 싶습니다.>
<아니야. 내가 여러 곳을 다녀 잘 알고 있으니 마땅한 색시를 중매해봄세.>
<글쎄요. 그렇다면 할머니 맘대로 해보세요.>
<중매를 잘하면 술 세 잔을 얻어먹는다는 말이 있고 중매를 잘하지 못하면 뺨을 세대 맞는다는 말이 있다네. 내가 이제부터 자네의 색시감을 찾아보겠네.>
방물장수 할머니는 그 날부터 여러 마을을 돌면서 마땅한 처녀를 찾았다.
며칠 뒤, 방물장수 할머니가 총각머슴네 집으로 다시 왔다.
<내 마땅한 처녀를 찾았네. 이제 자네도 장가들게 되었네.>
총각머슴은 기뻤다.
나이가 마흔이 되었지만 그래도 장가 들어 색시도 얻고 자식도 낳고 정답게 살 것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뛰었다.
날을 잡고 결혼에 쓸 물건을 보내고 총각머슴은 커다란 말을 타고 장가를 가기 위해 처녀네 동네로 갔다.
신부네 집에는 결혼식을 올리는 초례청이 마련되어 있었다.
총각머슴은 초례청 앞에서 신부와 마주서서 절을 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첫날밤이 되었다.
첫날밤은 신랑 각시가 되어 첫 번째 맞이하는 밤이다.
결혼식을 마친 뒤, 첫날밤은 신부네 집에서 맞이하도록 되어있었다. 낮에 결혼식을 하느라고 피곤하고 힘들었으니 이제 함께 잠을 자면 된다.
<신부님. 이제 그만 밤도 깊고 피곤하고 그러니 우리 잠을 자도록 합시다.>
신랑은 신부 가까이 가서 신부의 옷을 벗겨주었다.
첫날밤에 신부의 옷은 신랑이 벗겨주도록 되어있다.
신랑은 먼저 신부가 머리에 쓰고 있는 족도리를 벗겨주었다.
결혼식 때 입었던 활옷도 벗겨주었다.
버선도 벗겨주었다.
촛불 빛 아래 바라보는 신부의 얼굴이 참 예뻤다.
마치 비를 맞고 다시 피어난 봉숭아꽃처럼 붉으스름하니 고왔다.
그런데 신부는 목에 수건을 감고 있었다.
부드러운 명주수건이었다.
활옷을 입고 있을 때는 눈에 잘 띄지 않았는데 활옷을 벗고 나니 명주수건이 보였다.
(*활옷-결혼식을 올릴 때 입는 옷. 궁중에서 공주님이 입는 옷.)
<신부님. 목에 감고 있는 그 명주수건은 무언가요? 답답하니 풀도록 하세요.>
그러나 신부는 여전히 명주수건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왜 그러시는 거요? 어서 명주수건을 풀어보세요>
그래도 신부는 명주수건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여러 번 신랑의 재촉을 받은 뒤에야 조용히 신부는 입을 열었다.
<실은 제가 부끄러워서 그럽니다. 제 목에는 커다란 상처가 있답니다. 그래서 명주수건을 두루고 있는 것이고요, 또 서방님 앞에 풀지도 못하는 거랍니다.>
<그래요? 그러면 왜 그 상처는 왜 생겼나요?>
<혼인을 한 마당에 무엇을 서방님께 숨기겠습니까? 실은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열 살 때였습니다. 오느 여름날 점심 때, 동구 밖에서 나물을 뜯고 있을 때 어떤 나쁜 사람이 나타나 나를 붙잡고 밀쳐내는 바람에 땅에 넘어져 돌부리에 부딛쳐 목을 크게 다쳤답니다. 그런 뒤로 흉터가 생긴 거랍니다.>
<아, 그랬었나요!>
신랑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신부님. 그런 일이 지금 살고 있는 이 마을에서 일어났나요?>
<아니예요. 그것은 예전에 살던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그런 일이 있은 뒤 부모님 따라 이 마을로 이사를 왔었거든요.>
이제 신랑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무지개를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갔을 때 선녀님이 말해준 일들이 모두 사실이고 그 말들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을 알게되었다.
<신부님. 우리는 하늘이 맺어주시는 연분이요. 내 아내가 되어 주어서 참 고맙소.>
신랑은 신부를 안아주었다.
신부도 신랑을 안아주었다.
그러나 신부는 신랑이 왜 하늘이 맺어준 연분이라고 말하는지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신부도 마음씨 착하고 부자인 남편을 만난 것이 기뻤다.
신랑을 당장이라도 일어나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참았다.
2007.1.15